[ 타임즈 - 김시창 기자 ] 도심의 삶이 하루하루 숨가쁘게 흘러갈수록 우리는 그 일상에서 한 걸음쯤 떨어져 마음의 숨을 고를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그런 순간 자연은 언제나 가장 믿음직한 위로가 되어준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와 광주시 사이 불곡산의 온화한 품속에 자리 잡은 천태종 사찰 ‘대광사’는 그런 위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도심에서 멀지 않지만 산길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오르다 보면 어느새 세상의 소음이 멀어지고 마음은 맑아진다.
불곡산은 해발 345m의 아담한 산이지만 굴곡진 산세와 울창한 숲은 도심 속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정자동과 구미동, 수내동 등 성남 분당지역 여러 곳에서 진입할 수 있는 등산로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잦은 곳이자 일상의 작은 휴식을 찾아 걷기 좋은 길이다.
능선을 따라 걷는 동안 숲은 그늘을 드리우고 곳곳에 설치된 시구가 새겨진 나무 팻말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고사리, 둥굴레, 참나무, 밤나무 등 생명력 넘치는 식물들이 곳곳에 가득하고 명상의 숲이라 불리는 구간에 조용한 사색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5.6km에 달하는 산행 코스는 완주에 2시간 30분 남짓 소요되며 정자와 파고라, 쉼터 등이 알차게 마련돼 누구나 부담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불곡산을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고요한 숲을 배경 삼아 웅장한 목조건물이 눈앞에 나타난다. 바로 대광사(大光寺)다. 천태종 총본산인 단양 구인사의 직할 사찰로 목조건물 미륵보전은 그 규모와 아름다움만으로도 숨을 멎게 한다. 1층 면적이 200평(661㎡), 높이는 무려 33m에 이르며 그 안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17m 높이의 미륵대불 좌상이 정좌하고 있다. 건물 안에 들어서는 순간 압도적인 위용에 말없이 손을 모으게 되는 이 공간은 그 자체로 깊은 성찰의 장소다.
특히 이곳은 종교적 색채를 넘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명상과 치유의 공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15년 준공된 전통명상수련센터는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방문해 템플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찰음식 체험, 다도, 참선, 걷기명상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그 결과 대광사는 2023년과 2024년 연이어 템플스테이 최우수 운영사찰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미륵보전 마당에 서면 발아래로는 분당의 도시 전경이 펼쳐지고, 고개를 돌리면 바로 불곡산의 숲이 숨을 쉬고 있다. 자연과 인공, 고요와 역동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풍경은 이곳이 단순한 종교공간을 넘어 우리 삶의 일부분처럼 느껴지게 한다.
뿐만 아니라 대광사는 문화 교류와 지역사회와의 연대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차문화 대회, 예술제 등 국내외 행사를 다수 유치하며 지역의 문화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러한 개방성과 활발한 문화 교류는 대광사가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임을 보여준다.
성남 불곡산과 대광사 여행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그 조용하고 단단한 위로는 오히려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인지 모른다. 자연이 주는 맑은 공기, 나무의 향기, 고요한 종소리, 따뜻한 차 한 잔, 미륵대불이 지어 보이는 다정한 미소. 이 모든 것이 하나 되어 마음 한 구석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