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타임즈 - 김시창 기자 ]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도시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자연과 마주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 위치한 비봉습지공원이다. 이곳은 도심 근교에서 만날 수 있는 드문 생태적 가치와 평화로움을 품은 숨겨진 명소다.
비봉습지공원은 시화호로 유입되는 하천의 수질 개선을 목적으로 조성된 인공 습지이자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하는 생태계의 요람이다. 총면적 약 47만 평(475,343㎡)에 달하는 이곳은 2002년부터 조성되어 2015년 대중에게 개방되었다. 지금은 경기도를 대표하는 생태환경 교육의 장이자 시민들의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여기에는 갈대와 부들, 수련, 모새달 등 수생식물들이 풍성하게 자라나고 있다. 이곳은 식물들만의 공간이 아닌, 맹꽁이·금개구리·수달 같은 멸종위기종과 삵, 고라니, 다양한 철새들이 찾아드는 생명의 터전이기도 하다. 실제로 흰뺨검둥오리, 황조롱이, 원앙, 저어새 등 110여 종이 넘는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일부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
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시야를 트이게 해주는 넓은 데크길과 흙길 산책로다. 총 3가지 산책코스로 구성된 길은 각기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짧고 고요한 A코스 메타길(1km)은 수직으로 뻗은 메타세쿼이아의 그늘 아래를 걷는 힐링 코스다. B코스 데크산책로(1.5km)는 습지의 수면 위를 유유히 따라가는 나무데크로 구성되어 색다른 산책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긴 C코스 메타은행길(1.9km)은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물드는 은행나무길이 인상적인 구간이다.

산책로 곳곳에는 조류관찰대, 포토존, 쉼터가 잘 조성되어 있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중장년층 방문객들도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다. 3층 규모의 전망대에 오르면 공원의 전체 윤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부 전시관에서는 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소개하는 다양한 사진과 모형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습지해설 프로그램은 이 공원을 ‘산책의 장소’에서 ‘학습의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가을의 비봉습지공원은 그야말로 풍경화 속을 걷는 기분이다.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밭은 일상의 번잡함을 잊게 할 만큼 고요하고 위로가 된다. 습지의 특성상 계절마다 서로 다른 생물이 주인공처럼 등장하는데 봄에는 청둥오리와 개개비, 여름에는 개구리와 잠자리, 가을에는 철새들이 그 주인공이다. 겨울에는 드문드문 언 습지 위로 남은 갈대들이 고요히 자연의 휴식기를 알린다.
게다가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팬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 있는 명소가 되기도 했다. 인파에 지친 여행자에게 이곳은 조용한 자연 속 드라마틱한 풍경을 선사하는 최적의 피난처다.

비봉습지공원은 입장료와 주차료 모두 무료이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개방된다. 월요일은 휴무일이고 동절기에는 폐장 시간이 오후 4시 30분으로 앞당겨지니 사전 확인은 필수다. 음식물 반입과 애완동물, 자전거, 킥보드는 금지되어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에서 차량으로 10분 내외로 진입이 가능해 교통도 편리하다.
근처에는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 송산그린시티전망대, 원평허브농원 등과도 가까워 하루 코스로 묶어 여행하기에도 좋다.

이처럼 비봉습지공원은 볼거리가 아닌 머무를 거리를 가진 장소다.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고 싶고 계절이 주는 감각을 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이곳을 걸어보자.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느리게 흘러가는 자연의 시간을 만나는 귀한 장소가 우리 가까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