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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서해의 정취를 품은 인천 실미도 여행, 일상의 여유를 찾다“

 

[ 타임즈 - 김시창 기자 ] 실미도는 인천광역시 중구 무의동에 속한 작은 무인도로 낯설지 않지만 언제나 새롭게 다가오는 여행지다. 면적 0.25㎢에 둘레는 6km 정도로 그리 크지 않지만 그 속에 수십 년의 역사와 사계절의 풍광, 캠핑러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미도는 무의도 서북쪽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간조 시 모래가 드러나 도보로도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섬이다. 썰물 때 길이 열리는 이른바 모세의 기적을 따라 걷다 보면 현실에서 한 발짝 비껴난 듯한 고요하고 순수한 세계로 들어서는 기분이 든다.

 

 

실미도로 향하는 여정은 영종도에서 시작된다. 2019년 개통된 무의대교를 지나면 배를 타지 않고 차로도 무의도, 실미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덕분에 실미도 인근 실미도유원지는 차박 캠핑족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릴 만큼 유명해졌다. 나아가 계절을 막론하고 주말이면 캠핑 차량들이 해안선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장관을 연출한다.

 

무엇보다 실미도유원지의 매력은 서울과의 거리도 가깝고 입장료도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이다. 아울러 바다와 바로 맞닿은 백사장에서 차량 옆에 쉘터를 치고 바다를 감상하며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초보 차박러에게는 더없이 좋은 장소다. 매점, 화장실, 샤워시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불편함 없이 머무를 수 있다. 나아가 퇴장 시간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실미도유원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박 포인트는 바로 해안 뷰를 마주한 백사장이다. 간혹 해풍이 강하게 불거나 날씨가 궂은 날에는 뒤편의 소나무숲이 대안이 된다. 소나무숲은 바람을 막아주고 고요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기에 차 안에서 휴식하거나 자연 속에서 워케이션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쉘터 속에 누워 소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자체로 일상 속 피로가 말끔히 씻겨 내려간다.

 

이곳에서의 캠핑 포인트는 단연 일몰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해가 지면 아름다운 일몰이 바다를 붉게 물들인다. 실미도유원지는 서해 낙조 명소로도 손꼽히는데 매년 12월 31일이면 수많은 사진가들이 일몰을 담기 위해 모여든다. 해가 바다에 닿을 즈음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를 배경 삼아 불멍을 즐기다 보면 말없이도 마음이 연결되는 듯한 시간 속으로 빠져든다.

 

 

실미도는 우리 근현대사의 아픈 기억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68년 북한의 무장공비 김신조 사건 이후 창설된 684부대가 이 섬에서 비밀리에 훈련을 받았다. 북파 공작을 위해 창설된 이 부대는 목적을 상실한 채 철저히 버림받았으며 결국 1971년 8월 비극적인 실미도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영화 '실미도'로도 제작된 이 사건은 오랜 시간 은폐되었지만 현재는 영화 촬영지로 남아 실미도를 찾는 이들에게 아픈 역사를 되새기게 한다. 간조 시간에 맞춰 드러난 해변길을 따라 실미도로 들어서면 이 땅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바람에 실려오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실미도는 아픈 역사와 드라마틱한 자연, 그 속에서 스며드는 소소한 힐링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걷고 바라보며 사색하기에 이보다 좋은 섬은 드물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발 밑으로 스며드는 모래의 감촉은 삶의 속도를 잠시 멈추고 지금 이 순간을 음미하게 만든다.

 

만약 올봄 일상에 지쳐 짧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인천 실미도를 추천한다. 차박 캠핑이든, 낙조 감상이든 또는 조용한 섬 트레킹이든 실미도는 다양한 방식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채워주는 곳이다.

 

프로필 사진
김시창 기자

타임즈 대표 김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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