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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의회 제323회 정례회 3차 본회의 5분자유발언 박종현 의원

‘여기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 육영학교 교실 증축을 위한 외침

 

 

[ 타임즈 - 김시창 기자 ]

▶송파의 내일을 고민하는 박종현 의원입니다. 송파구 장지동, 한적한 주택가 사이에 조용히 하루를 여는 학교가 있습니다.

 

▶ 한국 육영학교에는 189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말이 느리고, 걷는 게 조금 다를 뿐입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배우고, 좋아하는 친구가 있고, 함께 내일을 꿈꾸는, 누가 봐도 당연한 우리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 그러나 이 아이들에게는 그 꿈을 키우는 교실이 없습니다. 책상도, 의자도, 숨쉴 공간도 모자랍니다. 복도 한 켠, 창고 같은 좁은 공간에서 바리스타가 되겠다며 커피를 내리고 있는 아이들을 마주했습니다. 불편한 몸을 굽혀 샷잔을 내려놓는 아이를 선생님은 어깨너머로 가만히 지켜봅니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공교육의 현장입니까? 여기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 육영학교는 1992년에 설립된 사립 특수학교입니다. 하지만 이름만 사립일 뿐, 국가가 정한 의무교육을 수행하는 공교육 기관입니다. 우리 법은 말합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제3조, “특수교육 대상자의 교육은 의무교육으로 하며, 이에 필요한 비용은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한다.”하지만 정작 그 법을 지켜야 할 교육당국은,‘사립’이라는 말의 뒤에 숨어 그 책임을 피해가고 있습니다. 육영학교의 전공과는 2011년 서울시 교육청과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의 승인 아래 설치되었습니다. 그러나 설치만 해주고 그후 14년이 지나도록 관련하여 교실 하나 마련해주지 않았습니다. 약속도 교육청이 했고, 책임도 교육청에게 있습니다. 여기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 서울시에는 32개의 특수학교가 있습니다. 그중 특수학교 설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단 하나의 학교. 송파구 유일의 특수학교인 육영학교입니다. 전공과는 직업훈련을 위한 기본 과정입니다. 그래서 무상교육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교실도, 책상도 갖추지 못한 채 우리가 무슨 사회 통합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전공과 학생들 중 일부는 가벽으로 나눈 손바닥 만한 교실에서, 때로는 복도 한 켠에 임시로 마련한 교육장에서 십 수 년째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가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니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이들은 매일 교육의 이상과 현실 사이 어디께서 버티고 있습니다. 교실이 부족해도, 예산이 없어도, 여기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 송파구는 서울시 인구 1위입니다. 장애인 인구도 그만큼 많습니다. 그런데 특수학교는 단 한 곳, 장애인복지관도 단 한 곳뿐입니다. 수백 억을 들여 석촌호수를 꾸미고, 수십 억을 들여 꽃을 가꾸고, 수십 억을 들여 화려한 스피어를 만들고, 수 억을 들여 구청사 화단을 가꾸고, 수 억을 들여 초대형 태극기를 세우고, 취임과 함께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며 취약계층 장애인들에게 기꺼이 돈 5만원을 지급할 마음은 있지만, 장애인들에게 진짜 필요한 게 뭔지 당신을 찾아온 장애인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마음을 열고 귀기울여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은 있습니까. 국가가, 지자체가 장애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1년에 20억, 4년 쏟아부을 돈이면 저기 어디쯤 복지관 하나 더 못 만들겠습니까. 장애 청년들의 교실 하나 못 지어주겠습니까. 여기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빛나는 조형물보다 저기 피어난 꽃보다 사람이 먼저 아닙니까?

 

▶ 우리는 직접 서울시의 예산을 편성할 수는 없지만, 이 자리에 서서 이들의 목소리를 전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 지역 장애 아이들의 교실이 부당하게 작고 위험하다는 것, 그 교실에 사람이 있다는 것, 그건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국어도, 영어도, 요리도 배울 곳이 없습니다. 졸업 이후의 학교도 없습니다. 복지관도, 센터도, 치료도 없습니다. 교육은 이미 다 끝났는데, 사회생활은 시작되지 않습니다.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이것은 단순한 학습과 돌봄의 문제가 아닙니다. 당당하게 스스로와 사회를 위해 일하는 구성원이 될 것인가 아니면 영원히 돌봄의 대상으로만 남을 것인가, 그 갈림길인 것입니다.걸음이 느려도, 말이 어눌해도, 남들보다 더디지만, 배우고, 일하고, 당당하게 사회에 설 수 있는 사람, 그렇게 성장하고 싶은 아이가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보다 딱 하루만 더 오래 살아서 아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싶어하는 간절한 마음의 부모님들이 있습니다. 입법도 행정도 오늘 우리가 누군가의 편에 서야 한다면, 그건 바로 저 학교에서 일상을 살아내며 소박한 꿈을 키우는 바로 저 아이들의 편 아닙니까?

 

▶ 육영학교에 교실이 필요합니다. 송파구가, 서울시가, 대한민국이, 아직 사람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주십시오. 저 교실은 그 증거가 될 것입니다. 여기에도 사람이 있습니다.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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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창 기자

타임즈 대표 김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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