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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한국의 산티아고, 경기 용인시 청년 김대건 길을 걷다“

 

[ 타임즈 - 김시창 기자 ]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벗어나 자연, 역사, 신앙이 공존하는 길을 걸으며 사색, 치유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청년 김대건 길’은 한국 최초의 로마 가톨릭 사제이자 순교자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순례길이다. 특히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걸으며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김대건 신부의 삶과 신앙을 되새기며 깊은 감동을 경험할 수 있다.

 

청년 김대건 길은 김대건 신부가 사목 활동을 펼치던 길이자 순교 후 시신이 옮겨진 경로를 따라 조성된 길이다. 용인의 은이성지에서 출발해 미리내성지까지 약 10.3km에 이르는 이 길은 순례자 뿐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는 등산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 길은 신앙과 역사, 자연이 함께하는 성지순례길로 발길 닿는 곳마다 청정한 기운과 함께 깊은 묵상의 시간을 선사한다.

 

 

청년 김대건 길의 출발점 중 하나인 손골성지는 박해를 피해 숨어든 신자들이 모여 교우촌을 형성한 곳이다. 또한 프랑스 파리외방선교회 소속 신자들이 조선의 언어와 풍습을 익히던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의 성전 지하에는 4위 성인과 손골 무명 순교자들의 유해를 모신 순교자의 방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손골성지는 많은 신앙인들의 희생과 헌신이 깃든 장소로 지금도 미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경건한 분위기가 감돈다.

 

 

은이성지는 숨어 살던 신자들의 안식처다. '은이'라는 이름 자체가 ‘숨어 있는 마을’을 뜻하는 만큼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 시기 신자들이 숨어 신앙을 지켜온 곳이다. 이곳은 김대건 신부가 신학생으로 선발되고 첫 세례와 영성체를 받은 곳이다. 또한 중국 상해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뒤 다시 돌아와 사목 활동을 펼친 성지다. 은이성지에는 김대건 신부의 기념관과 조각상, 중국 상해의 김가항성당을 재현한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김대건 신부가 생애 마지막으로 미사를 집전했다는 점에서 그의 신앙적 열정과 순교정신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청년 김대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초골공소’라는 독특한 공간을 만나게 된다. ‘공소’란 사제가 상주하지 않고 순회하며 미사를 드리는 장소로 당시 천주교 신자들이 모여 신앙을 이어갔던 작은 공간이다. 문화재청은 고초골공소의 역사적, 건축학적 가치를 인정하여 국가등록문화재 제708호로 지정하였다. 이곳에 서면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던 신자들의 간절한 기도가 들리는 듯하다.

 

미리내’는 우리말로 ‘은하수’를 의미하는데, 이는 박해를 피해 이곳에 모여 살던 신자들의 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마치 은하수처럼 보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미리내성지는 성 김대건 신부의 시신이 안장된 곳으로, 신유박해(1801년)와 기해박해(1839년) 당시 신자들이 모여 살았던 교우촌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김대건 신부의 묘소 뿐만 아니라 한국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성당과 순교자들의 유해를 모신 공간도 자리하고 있다. 고즈넉한 나무 길을 따라 성당으로 향하는 길은 그 자체만으로도 깊은 묵상의 시간을 선사한다.

 

 

최근 청년 김대건 길에서는 스탬프 투어도 운영 중이다. 용인의 대표 순례지 5곳(손골성지, 은이성지, 고초골공소, 미리내성지, 김대건 신부 기념관)을 방문하며 각 지점에서 스탬프를 모으면 완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방문객들은 스탬프북을 직접 수령하거나 모바일 앱 ‘용인관광(꽁알몬)’을 통해 스탬프를 수집할 수 있다. 완주한 후에는 용인중앙시장 내 ‘머뭄카페’에서 완주 인증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청년 김대건 길은 누구나 걸으며 위로받고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며 계절의 변화를 그대로 마주할 수 있고 곳곳에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천천히 사색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무엇보다 종교를 떠나 자연 속에서 조용히 나 자신을 돌아보며 걸을 수 있다. 이 길은 현대인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특별한 공간이 될 것이다.

 

 

청년 김대건 길은 한국의 산티아고라 불릴 만큼 깊은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다. 걷다 보면 어느새 일상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새로운 다짐과 함께 발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봄과 가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청년 김대건 길을 걸으며 깊어가는 계절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프로필 사진
김시창 기자

타임즈 대표 김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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