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1 (토)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닫기

[기획특집]경기도 화성의 조용한 어촌, 백미리 갯벌 여행이 주는 휴식의 의미

 

[ 타임즈 - 김시창 기자 ]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끝자락에는 조용한 어촌 백미리 마을이 자리하고 이다. 이곳은 도심에서 멀지 않지만 그 풍경과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높은 빌딩 대신 탁 트인 바다와 넓은 갯벌이 맞아주고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 대신 파도와 바람이 자연의 호흡을 들려주는 곳이다. ‘백 가지 맛이 있는 마을’이라는 별칭을 지닌 백미리는 어촌 고유의 문화와 자연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백미리 마을의 지명은 그 역사와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마을 앞 바다에는 ‘감투섬’이라는 작은 섬이 있는데 이곳은 과거 마을 사람들이 바다 일을 나가기 전 무사안전을 빌던 장소로 마을의 삶과 신앙이 엿보인다. 지금은 흔적이 많이 사라졌지만 이름에 담긴 의미만으로도 오랜 세월 이곳 사람들과 바다가 어떻게 공존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자연마을 이름 또한 인상 깊다. 구리섬은 과거 중국인이 구리를 채취했다는 설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고 굴이 많아 굴섬으로도 불렸다. 백미는 마을 지형이 마치 뱀이 꼬리를 말고 있는 모습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당너머는 구리섬에서 산을 하나 넘은 마을이라 하여 붙은 명칭이다. 이렇듯 백미리의 지명 하나하나에는 마을의 역사와 생활 방식, 자연 환경이 녹아 있다.

 

 

백미리 마을을 찾는 이들이 가장 먼저 매료되는 것은 역시 갯벌이다. 탁 트인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면 붉게 물드는 하늘과 반짝이는 갯벌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분명한 점은 이곳 갯벌은 직접 체험하며 자연과 호흡하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바지락이 유난히 많은 백미리 갯벌은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아이들은 조그마한 손으로 조개를 캐며 자연과 교감하고 어른들은 흙냄새와 파도소리 속에서 잠시 도시의 소음을 잊는다.

 

이곳의 바지락은 신선함이 남다르다. 갯벌에서 건져 올린 바지락은 곧바로 마을 식당으로 옮겨지고 따끈한 칼국수 한 그릇이 된다. 구수한 국물과 쫄깃한 면, 바지락의 담백한 맛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한 그릇의 바다를 경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봄철 주꾸미, 여름철 밀국낙지, 가을 대하와 전어 등 계절마다 풍성한 해산물이 잡히는데 그 다양함과 풍미는 백미리라는 이름에 걸맞다. 백 가지 맛이 있는 마을이라는 수식어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님을 알게 된다.

 

 

백미리 마을은 그저 먹거리나 풍경만으로 주목받는 곳이 아니다. 이곳의 진짜 매력은 체험 속에 있다. 바지락 캐기 외에도 고동게잡이, 망둥어 낚시, 카약 타기, 건강망체험, 독살체험, 스킨스쿠버 등 바다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이를 통해 관광객은 바다를 ‘보는 것’을 넘어 ‘사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체험이 진행될 때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나서 친절하게 설명하고 도와주며 관광과 공동체가 하나되는 특별한 시간이 흐른다.

 

매년 열리는 마을축제도 백미리를 더욱 생동감 넘치게 만든다. 조개잡기 대회, 해산물 채취, 어촌 먹거리 장터 등이 어우러진 축제는 마을 전체가 하나의 축제장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모험의 시간, 어른들에게는 삶의 활기를 되찾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풍성한 자연 자원과 체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백미리 마을은 최근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어촌체험휴양마을 고도화사업’의 대상지로 최종 선정되었다. 이 사업은 어촌 마을의 체류 기반을 강화하고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전국 18개 지원 마을 중 단 4곳만이 선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백미리에는 2026년까지 전기, 통신, 정화조 등 기반시설을 포함한 카라반 숙박시설이 조성된다. ‘스테이바다70’이라는 어촌체험마을 통합 숙박 브랜드가 적용되어 위생적이고 쾌적한 체류형 관광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의 갯벌 체험, 슬로푸드 체험, 카페뿐 아니라 앞으로는 반려동물 놀이터, 서해랑길과 연계한 콘텐츠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처럼 백미리는 일회성 체험을 넘어 머무르는 여행지로 발돋움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 주민에게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체험 수익 일부는 마을 기금으로 적립되어 주민 연금 형태로 분배되고 있다. 향후 수익이 증가하면 지급액 또한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카라반 운영과 연계된 체험 프로그램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며, 마을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가고 있다.

 

이처럼 백미리는 단지 관광지로 소비되는 곳이 아니다. 자연과 사람, 먹거리와 체험, 전통과 미래가 함께 어우러지는 살아 있는 마을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잊고 살았던 바다의 향기, 흙의 감촉, 사람 사이의 온기를 다시 느낄 수 있다.

 

 

도시의 분주한 일상에 지친 이들이 잠시라도 쉬어갈 수 있는 곳, 아이들이 자연과 교감하며 자라는 기억을 만들 수 있는 곳, 지역 주민이 삶의 터전 위에서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는 곳. 백미리는 그런 공간이다. 경기도 화성의 백미리 어촌마을에서 조용한 자연과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보길 권한다. 그 하루는 당신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쉼표가 될 것이다.

 

프로필 사진
김시창 기자

타임즈 대표 김시창

PHOTO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