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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소식

소리에 집중하면 펼쳐지는 새로운 경험, 서울에서 귀로 만나는 청각 여행지

- 가마솥더위로 무뎌진 감각을 깨우는 서울의 청각 여행지 4곳 소개
- 오디오의 역사부터 범종 소리까지… 듣고, 느끼고, 사유하는 여름철 청각 몰입형 콘텐츠 추천

 

[ 타임즈 - 김시창 기자 ]

□ 서울관광재단 홍보팀은 무더운 여름을 맞이하여 일상에 지친 청각을 깨우고, 소리에 집중해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서울의 청각 여행지를 소개한다. 시각 중심의 관광에서 벗어나, 실내외 공간에서 귀로 느끼고 경험하는 이색적인 여름 여행을 제안한다.

 

[오디움]
□ 지난 5월, 한국 박물관 최초로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2025 베르사유 건축상(Prix Versailles)’ 박물관 부문에 선정된 오디오 박물관 오디움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오디오의 역사를 담고 있는 박물관으로 건축적 외관에서부터 내부의 전시물까지 많은 볼거리와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 2024년 5월에 개관한 오디움은 도쿄올림픽 주 경기장을 만든 일본의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한 건축물로, 알루미늄 파이프와 나무를 주제로 하여 자연의 빛, 바람, 향기, 소리를 감각적으로 섬세하게 담아낸 공간이다. 건물의 외관은 최장 40m에 이르는 2만여 개의 파이프가 수직으로 감싸고 있어 마치 빛과 그림자가 숲에 스며드는 효과를 내며 도심 속 자연을 느끼게 한다. 
  ○ 박물관의 전시물과 건축이 한 몸을 이루듯 대형 스피커가 뿜어내는 음향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층고를 9m로 높게 설계했고, 목재를 사용해 따뜻한 분위기와 흡음재, 음향판 등의 역할이 잘 어울리도록 만들었다. 지하 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의 전시실에서 시작해 약 1,500여 대의 카메라가 있는 특별전시실과 엑시트 갤러리를 따라 내려오며 관람하고 10만여 장의 바이닐(LP 레코드)가 전시된 지하 2층의 아름다운 라운지에서 음악을 들으며 관람을 마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100분의 관람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 내부에는 방대한 빈티지 오디오 컬렉션이 준비되어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등장하는 주요 오디오기기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19세기에 만들어진 축음기와 뮤직박스, 1920년대부터 1960년대에 생산된 스피커와 앰프 등 100여 년에 걸친 오디오 발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 제1전시실부터 다양한 오디오기기가 관람객을 압도하는데, 매킨토시, 마란츠, JBL, 알텍랜싱 등 일반 애호가들에게도 친숙한 앰프와 스피커를 만나게 된다. 이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웨스턴 일렉트릭, 클랑필름 등의 제품을 통해 오디오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놀라운 소리의 향연을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전시의 후반에는 다양한 과거 뮤직박스, 오르골, 자동연주 피아노 등을 볼 수 있는데, 특히 지하 2층의 라운지는 입체적인 음향을 위해 패브릭을 소재로 꽃을 형상화한 공간 연출이 돋보인다. 

 

□ 지난해 시작된 개관전 <정음(正音)-소리의 여정>은 ‘좋은 소리’를 향한 인류의 여정을 주제로 주 3일 진행되고 있으며 100% 예약제이기 때문에 미리 관람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 하루 125명만 관람할 수 있어 2주에 한 번 화요일 오후 2시 홈페이지를 통해 1인 1매 예약해야 한다. 이미 오디오 애호가, 건축 애호가들부터 일반에 이르기까지 입소문이 나 있어 예약 경쟁이 매우 치열한 편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공간_사이]
□ 최근 영국의 미술아트 매체 ‘아트 뉴스페이퍼’는 국립중앙박물관의 2024년 관람객 수가 약 378만 9천 명으로 집계되어 전 세계 8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는 프랑스 오르셰 미술관보다 더 많은 관람객이 찾는 수치로 해외 관람객이 부쩍 늘어 아시아 박물관 1위의 위상을 얻게 되었다. 상설전시장은 3개 층에 걸쳐 약 1만여 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규모 면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이곳에 최근 새로 등장한 소리 테마의 전시공간 ‘공간_사이’가 있다.

 

□  ‘공간_사이’는 상설전시관 조각공예관 3층 청자실과 금속공예실 사이에 위치하는데, 금속공예실의 주요 전시품이기도 한 한국의 범종 소리를 주제로 공간을 구성하고 이를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다양한 세대, 국적, 박물관 경험 정도의 차이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관람객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시각장애인도 함께 즐기는 전시 학습 공간 ‘공간 오감’의 연장선에서 기획되었다.
  ○ 이 공간에서는 한국 범종을 대표하는 국보 성덕대왕신종 소리의 특징인 맥놀이(소리의 강약이 반복되며 길고 은은하게 이어지는 현상)를 시각, 청각, 촉각으로 경험한다. 동시에 범종음의 청각 체험을 위해 저주파수대 소리를 효과적으로 재현할 수 있게 스피커를 배치했다. 거기에 입구 양쪽에 놓인 의자와 LED 뒤편 청음 의자에는 셰이커(Shaker, 소리의 압력을 전달하는 진동기의 일종)가 부착되어, 소리와 진동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화면의 양 옆으로 성덕대왕신종의 실제 재질 축소 모형과, 범종의 재료인 구리, 주석, 타종하는 당목의 재료인 느티나무 등에 대한 촉각 체험을 통해 소리의 원리를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한다. 

 

□ 국립중앙박물관은 전통 유물 전시뿐 아니라, 감각적 몰입과 세대별 맞춤 체험이 가능한 공간도 함께 갖추고 있다. 깊은 사유의 시간을 선사하는 ‘사유의 방’, 아이들이 자유롭게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어린이 박물관’은 여름철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특히 인기 있는 장소다. 
  ○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여러 국보급 전시물이 있지만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사유의 방’이다. 이곳은 되려 소리나 다른 감각을 차단한 채, 오롯이 두 반가사유상만을 마주하는 공간이다. 전시품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기존의 전시 공간과 달리 넓은 공간에 단 두 점만이 전시되어 있어 관람객들이 공간을 이루는 모든 요소를 자연스럽게 느끼며 고요속에서 생각에 잠길 수 있도록 했다.
  ○ 아이들에게는 박물관이 어려울 수 있다는 편견을 깨주는 어린이 박물관도 방학기간 찾기 좋다. 인기가 많아 예약이 어렵지만, 아이들이 뛰어놀며 유물에 대해 익히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도자기 퍼즐을 맞추거나 커다란 디지털 미디어 룸에서 유물을 찾는 등 기술과 놀이를 접목하여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전통과 역사를 느끼도록 해 준다.


[진관사]
□ 진관사는 깊은 역사와 자연 속 정갈한 분위기, 그리고 전통문화를 모두 품은 서울의 대표 산사다. 더위 속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지저귀는 산새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걷고, 범종의 울림 속에 머무르며 감각을 되살릴 수 있는 여행지로, 소리의 여백, 혹은 자연의 소리로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다.
  ○ 진관사에 들어서면 세속의 번뇌를 털어내는 일주문을 지나 만나는 계곡과 극락교는 서울에서 보기 드문 분위기를 선사한다. 극락교는 부처님이 계신 극락을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다리라 이름 붙여졌는데, 절에 들어서기 전에 만나는 전통찻집 ‘연지원’에서 그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 사찰의 중심 전각인 대웅전을 둘러 석조관음보살좌상과 아미타후불 홍탱이 봉안되어있는 ‘나가원’과 태극기가 발견된 ‘칠성각‘ 등을 둘러볼 수 있고, 옆의 동정각에는 진관사 범종이 달려있다. 범종은 높이 160cm, 구경 91cm의 대형 범종으로 새벽에 28번, 저녁에 33번을 타종한다. 그 의미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지만 우주 모든 중생의 영혼을 구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는데, 저녁 6시 30분이면 그 맑고 깊은 울림을 경험할 수 있다. 함월당에서 템플스테이를 한다면 아침의 종소리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으니 한 번쯤 서울의 산사에서 묵어가기를 권한다.

 

□ 진관사 내부에는 1,700년간 이어진 사찰의 음식문화와 그 정신을 계승함과 동시에 사찰음식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향적당과 산사음식연구소가 있다. 진관사를 찾는 국내외의 여러 손님이 산사 음식을 직접 배우고 맛보게 함으로써 한국의 불교 정신을 알리는 장소로 의미가 있다. 산사 음식은 지혜와 자비의 음식이라는 가르침으로 만들어진다는 가르침 아래 해마다 다양한 행사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어둠속의 대화_북촌]
□ ‘어둠속의 대화’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지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존재한다는 슬로건과 같이 ‘어둠’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시각을 차단한 채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진정한 소통의 발견을 할 수 있는 전시다.
  ○ 실제 전시장에 입장하면 어떤 전자기기도 소지할 수 없으며, 맹인 로드 마스터(안내자)의 인도에 따라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이용하여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100분이라는 시간이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색다른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예약제로 운영되며 15분 간격으로 1회당 최대 8명의 소수로 운영되어 관계와 감각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어둠 속을 걷기 시작하면 처음엔 낯설고 어색하지만, 점차 발걸음의 박자, 귓가를 스치는 바람소리, 동반자의 음성 등 평소 놓쳤던 다양한 소리들이 감정과 기억을 자극한다. 음료를 마실 때조차, 맛보다는 컵을 내려놓는 소리와 따르는 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이게 되며, 옆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도 목소리의 ᄄᅠᆯ림과 숨결에서 깊은 교감을 느끼게 된다. 북촌 전시는 ‘회상기억 그리고 추억의 전람’을 주제로, 소리와 감각을 매개로 한 개인의 기억을 이끌어내도록 구성되어 있다.
  ○ 눈을 감으니 도리어 더 많은 것이 보인다고 느끼게 할 정도로 데이트 코스로도, 친구나 가족과 함께해도 서로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 누군가는 조금 무서울수도, 누군가에게는 힐링이 될 수도 있으므로 관람을 마치고 서로의 감정을 나누기를 추천한다. 그간 생각하지 못했던 상대방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고, 내가 기억조차 하지 못하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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