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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중국에서 그려 온 초상使行肖像 : 순간의 기록에서 영원한 기억으로’ 발달장애 예술가와 함께 전통과 현대를 잇는 포용적인 무장애 전시로 선보이다.

청풍김씨 문의공파와 전의이씨 청강공파 기증 김육·이덕수 초상, 국내 현존 9점 중 4점을 선보여

 

[ 타임즈 - 김시창 기자 ]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관장 김필국)은 오는 11월 19일 청풍김씨 문의공파와 전의이씨 청강공파 후손들이 기증한 초상으로 무장애 특별기획전 《중국에서 그려 온 초상使行肖像: 순간의 기록에서 영원한 기억으로》를 개최한다. 지난 2008년 청풍김씨로부터의 ‘김육 초상’과 작년 2024년 전의이씨로부터 기증받은 ‘이덕수 초상’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사행초상의 역사․문화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마련한 전시이다.

 

초상은 단순한 인물의 형상을 담은 그림이 아니라, 시대의 정신과 사회의 구조를 반영하는 귀중한 기록물이자 예술 작품이다. 조선시대의 외교 현장에서 제작된 초상은 문화 교류의 산물이자 신문물의 수용을 보여주는 생생한 역사적 증거로서, 오늘날의 사진과 영상에 비견될 만큼 사실적이고 세밀한 표현으로 남아 있다.

 

1부 ‘기록, 초상으로 남기다’에서는 조선시대 사행은 단순한 외교적 행위가 아니라, 문화 교류의 장이었음을 살펴본다. 사신단은 중국으로 건너가 명·청나라의 황제와 대신을 만나고, 신문물을 접하며, 그 경험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했다. 이러한 기록에는 의례화儀軌, 행사기록화, 지도, 산수화, 그리고 사신 자신의 모습을 담은 초상화를 포함했다. 중국 화가의 붓끝으로 남겨진 ‘기록된 초상’은 국제 외교의 현장을 생생히 전하며, 당시 조선이 마주한 세계의 면모를 보여준다.

 

2부 ‘신문물, 초상으로 이어지다’에서는 초상화를 통해 서양의 투시법, 명암법, 선염법이 반영되며 입체감과 사실성이 한층 강화됨을 확인할 수 있다. 명나라 화가 호병胡炳이 그린 김육 초상, 청나라 화가 시옥施鈺이 제작한 이덕수 초상은 그 대표적 사례로, 서양화법이 동아시아 초상에 스며든 과정을 사실주의의 두 가지 시선으로 살핀다. 먼저 당대 실학자들이 반응한 서양화에 대한 반응이며, 다른 하나는 19세기 새롭게 등장한 카메라 옵스큐라라는 사진기술에 대한 인식이다.

 

3부 ‘영원, 초상으로 기억하다’에서는 초상화는 사람의 얼굴뿐 아니라 정신을 담는 예술로서, 조선의 초상은 사실寫實과 전신傳神, 두 가지 가치를 함께 추구했음을 볼 수 있다. 이 시기 초상은 임금의 어진御眞이나 공신 초상뿐 아니라, 가족과 제자를 위한 추모의 기록으로도 제작됐다. 도화서 화원들이 그린 섬세한 초상은 후손에게 조상의 정신을 전하고, 사회의 도덕적 이상을 구현한 그림으로 자리했다. 초상만이 가지는 초본草本, 이모본移模本, 추사본追寫本 등의 제작 기법을 통해 인물을 온전히 전하려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고자 한다.

 

마지막 4부 ‘순간의 기록에서 영원한 기억으로’에서는 발달장애 예술가들과 함께 초상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했다. 과거의 초상이 한 시대를 기록했다면, 오늘의 초상은 ‘공존의 얼굴’을 담았다.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인간의 얼굴과 존재를 탐구하며, 기록과 기억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감각의 초상을 제시하고자 한다. 실학박물관은 무장애·포용의 가치를 예술의 언어로 실천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2025년 무장애 문화향유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모든 관람객이 차별 없이 예술을 향유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접근성을 마련했다. 전시장 내에는 완전한 무장애 동선, 수어 영상, 자막·음성 해설, 촉각 자료 등이 제공되며,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협업 작품을 통해 포용적 전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김필국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찰나를 붙든 붓끝은 한 사람의 생김을 넘어 한 시대의 질서를 그려냅니다. 외교의 현장에서 태어난 초상은 가장 생생한 역사의 증언이자, 오늘의 우리에게 건네는 기억의 초대장입니다.”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역사와 예술이 만나 전통과 현대를 잇는 깊은 울림을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 개인의 형상을 넘어, 시대의 교섭과 교류를 보여주는 사행초상使行肖像의 의미

 

조선시대 중국에 사신을 보내는 일은 국가의 공식적인 관례 중 하나로, 중요한 소식을 전하기 위함이다. 사신단을 꾸려 명나라로 파견하는 것을 부경사행赴京使行이라 하고, 줄여서 사행使行이라 부른다. 또한 황제天子를 뵙는다는 뜻으로 조천朝天이라고도 칭한다. 청나라가 조선을 침범한 병자호란(丙子胡亂, 1636~1637) 이후,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면서, 동시에 사신들이 가는 길도 정착된다. 수도였던 북경을 연경이라 하여 ‘연경사행燕京使行’이라 칭했으며, 이를 줄여 ‘연행燕行’이라는 고유명사로 대신한다.

 

사신들은 노정 중 보고 들은 것들을 글과 그림으로 남겼다. 산수화, 행사기록화, 지역을 담은 지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했으며, 그중에는 중국에서 화가가 직접 그려준 초상화도 포함된다. 이는 사신단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소중한 자료로서, 국내에 약 9점이 현존한다.

 

17세기 이후 조선 사신들은 단순한 외교 사절 활동을 넘어, 중국의 최신 학문·문화·예술 을 조선에 전하는 중요한 경로였다. 사행 중 남겨진 초상은 개인의 형상을 넘어, 시대의 교섭과 교류를 증언하는 기록물로서, 서양화법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사실적 화법이 돋보인다. 중국에서 그려진 조선 사신의 초상은 당대 화원들의 화법과 새로운 양상이 결합한 복합적 산물이다. 붓끝으로 ‘기록된 초상’은 조선시대 국제교류의 생생한 현장을 보여준다.

 

○ 국보급 문화유산으로서의 사행초상使行肖像, 그 주요 유물과 가치

 

이번 기획전시에 선보이는 출품작 총 75건 77점이며, 그중 명·청나라의 화가가 그려준 김육 초상 3점과 이덕수 초상 4점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당시 역사·문화의 변모 활동을 살필 수 있을 뿐 아니라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상당히 뛰어나다. 주요한 출품 유물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명나라 마지막 사행 사신이었던 김육의 초상 3점

 

김육(金堉, 1580~1658)은 조선시대 공납제도를 개혁하여 지역 특산물에서 쌀로 바치는 대동법을 완성시킨 인물이다. 그는 1636년(인조 14) 동지사로서 약 1년간(1636.6.15.~1637.6.2.) 명나라를 다녀온 경험을 『잠곡조천일기潛谷朝天日記』, 『조경일록朝京日錄』이라는 견문록으로 남겼다. 사행 중 병자호란 발발 소식과 인조의 항복 소식을 접하며, 당시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학흉배가 있는 짙은 녹색의 단령에 사모를 쓰고 있는 '김육 초상전신좌상본'과 소나무 아래 윤건綸巾·제갈건에 학창의鶴氅衣를 입고 서 있는 인물을 표현한 '김육 초상와룡관본․송하한유도'는 1636년(인조 14) 성절사聖節使로 명에 갔을 때, 중국 화원 호병胡炳이 다음 해 제작했다. 이 두 초상은 17세기 중반 명말 초상 화풍을 잘 보여주는 예로써 이후 명대 화풍의 조선 유입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조선에서는 18세기 전·중기에 운염법을 사용한 얼굴 표현이 나타나는데, 이는 명대 초상 화풍이 조선에 전래되는 과정이라 추정된다. 특히 인물의 정면 구도와 운염법에 의한 안면 묘사, 표피의 배치는 조선 후기 초상 형식의 선행적 요소로 당시 중국과의 회화 교류 관계를 재조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김육 초상 화첩은 후손들이 김육과 관련된 내용을 모아 32면으로 장첩한 것으로, 4편의 어제와 1점의 김육 반신상, 1편의 화상찬, 계회서, 좌목, 연작시 등이 함께 실려있다. 화첩 14면에 자리한 '김육 초상화화첩본'는 1643년부터 1644년까지 심양관에서 원손보양관으로 있을 무렵, 그곳에서 만난 절강성 회계會稽 출신 화가 맹영광(孟永光, 1590~1648)이 이별을 아쉬워하며 그려준 것이다. 얼굴 표현은 이마와 눈두덩이 등 튀어나온 부분을 밝게 처리하고, 코와 안구 주위의 선은 세필로 여러 번 붓질하여 입체감을 표현했다. 양각이 축 내려뜨려진 복두幞頭를 쓰고 청색 포를 입은 모습인데, 얼굴은 중국에서 그려 온 그의 관복본 초상화와 매우 닮았다. 17세기 이후 활발해진 연행으로 중국 화가가 그린 조선인의 초상화가 다수 유입됐는데, 김육 초상도 이러한 양상을 보여준다.

 

두 번째,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이덕수의 사행길에 그려진 초상 1점

 

1735년(영조 11) 이덕수(李德壽, 1673-1744)는 63세의 나이에 임명되어 중국을 다녀왔다. 청 옹정제가 사망하고 건륭제가 즉위함에 따라 사신을 파견하면서, 이덕수는 부사로 차출됐다. 이덕수는 1735년 11월 2일에 영조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한양을 떠나 다음 해인 1736년 4월 19일 연행을 마쳤다. 이덕수는 1735년 청나라 시옥施鈺에 본 초상을 그려왔다.

 

이는 그가 쓴 『서당사재西堂私載』 권4, '사진소발寫眞小跋'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조선으로 가져온 초상을 본 친구들이 모두 광대뼈와 이마, 수염과 눈썹, 신체까지 닮지 않은 것이 없으나, 눈과 입만은 그 닮지 않은 듯하다고 했다. 이는 이럴만한 이유가 있는데, 내가 도중에 눈병에 앓았다가 관소에 이르러서야 나았다. 그러나 북경의 먼지바람으로 눈을 뜨면 매우 껄끄러웠다. 시옥은 본 바에 의거해 그렸으니 당연한 것을 어찌하리. 그러나 입 모양이 둥글게 처진 것은 어찌 내 모습을 그린 것이라 할 수 있겠는가. 내가 당시에 입 모양이 닮지 않았다고 깊이 토론하여 바로 잡게 하지 못한 것이 한이다. (후략)”

 

사행길 중 시옥에게서 받은 초상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림을 통해 기품 있는 모습을 생생히 담아내는 부분도 있지만, 그림으로 풀지 못한 에피소드를 『서당사재』에 남겨 그림이 가진 내력을 보완해 주었다. 당시 초상에서 눈을 찌푸렸던 연유와 눈병을 앓아 몹시 힘들었던 상황을 그림으로 생생하게 표현했다. 또한 귀국 후 조선의 초상과 비교를 통해 당대 사람들이 가진 초상에 대한 인식을 확인해 주었다. 이처럼 사행을 통한 초상과 그 기록은 단순한 여행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과 새로운 문물을 전해주는 창이자 통로였다. 당나라 형식의 복두를 착용하고 평상복인 유복을 입고 있는 모습으로서 중국에서 그려 온 조선 관리의 초상화는 대개 관복 차림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희소한 사례에 속한다. 또한 조선의 초상화와는 달리 서양 화법을 적극적으로 구사하여 얼굴과 의복을 그렸기에 생동감이 넘치고 사실적인 표현이 두드러진다.

 

○ ‘기록’과 ‘기억’의 확장편,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영원한 초상'

 

정은혜 외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5인의 작품 28점을 선보인다. 그들만의 시선과 손끝에서 태어난 예술은 개인의 초상을 넘어, 시대와 공동체의 영원을 담아내고자 했으며 이를 '영원한 초상'으로 구성한다. 그들만의 언어와 시선을 통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감각과 사유를 일깨운다. 초상이라는 형식을 넘어, 인간의 존재와 관계, 기억과 기록의 의미를 재확인한다. 함께하는 여정 속에서 초상이 지닌 공존의 가치를 발견하길 기대한다.

 

- 정은혜

뜨개질과 음악 듣기를 좋아하고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는 작가이다. 정형화되지 않은 특유의 독창적인 선과 대상에 대한 애정을 담아 그림으로 표현한다. 대표 작 품은 자화상 '니얼굴 은혜씨'이다.

 

박종선

주변 인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작업을 시작한 작가로, 최근 작은 동물들과 주변 풍경을 화면에 담아가고 있다. 대표 작품은 작가 초기 시절 그린 '매형'으로 투박하지만 진솔한 터치가 느껴진다.

 

- 정연재

동시대 여성미를 탐구하며, 과감한 색상 선택과 드로잉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이다. 대표 작품으로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있다.

 

- 피주헌

작가는 가족, 강아지, 동료 등 일상과 관계된 것들을 자유롭게 구성하며 과감한 선과 색상으로 화면을 채워간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관찰이 돋보이며, 대표 작품으 로는 '사람' 등이 있다.

 

- 임우진

경계의 강박을 보이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각 작품 마다 면의 분할로 화면을 구성하여 개성을 부각시킨다. 대표 작품으로 '피노키오'가 있다.

 

- 이소민

그림으로 세상을 미소 짓게 만들고 싶어하는 이소민 작가이다. 가장 좋아하는 파란색과 하트 모양으로 대상에 대한 넘치는 애정과 개성을 담아낸다. 대표작으로 '사랑하는 엄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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