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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부처의 숨결이 깃든 산사, 남양주 불암사를 거닐다“

 

[ 타임즈 - 김시창 기자 ]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남양주에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한 성찰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 봉선사의 말사 불암사다. 신라 헌덕왕 16년인 824년 지증대사에 의해 창건된 이래로 도선국사가 중창하고 무학대사가 삼창하면서 천년 가까운 역사를 품고 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불암산 자락 아래 위치한 이곳은 이름마저도 부처를 닮았다는 ‘불암(佛巖, 부처바위)’의 기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불암사는 귀중한 문화재를 품은 불교문화의 보고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는 보물 제2003호 ‘남양주 불암사 목조관음보살좌상’이 있다. 이 보살상은 1649년 인조 27년에 조각승 무염과 성수, 심인, 상림, 경성 등 다섯 명의 뛰어난 장인들이 협업하여 완성한 작품이다. 높이 67cm의 이 단아한 불상은 머리에는 연꽃과 불꽃문양의 화려한 보관을 쓰고 상반신을 앞으로 숙인 채 자애로운 표정을 띠고 있다. 특히 이목구비의 표현이 실제감 있고 부드러워 조선 후기 불교조각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보살상은 원래 대둔산 묘련암에 봉안되었다가 1907년 현재의 불암사로 옮겨와 다시 개금과 중수가 이루어졌다. 이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조성발원문과 중수발원문, 후령통도 함께 보존되어 있어 그 가치가 더욱 크다. 미적으로도 뛰어나지만 정확한 제작 시기와 제작자의 명단이 모두 밝혀져 있어 학술적으로도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또한 불암사는 불교 경전의 하나인 ‘석씨원류응화사적책판’ 목판을 보유하고 있다. 보물로 지정된 ‘석씨원류 목판’은 석가모니의 일대기와 그의 전법 제자들의 행적을 새긴 것으로 조선 인조 16년인 1638년 왕명에 따라 판각된 유서 깊은 유물이다. 현재 고창 선운사와 불암사 단 두 곳에만 남아 있는 이 목판은 자작나무를 사용해 견고하며 양 끝에 보강목을 끼워 뒤틀림을 방지한 조선 판본의 기술력을 잘 보여준다.

 

아울러 불암사에는 1989년 태국과 스리랑카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진신사리보탑이 세워져 있다. 이는 불암사가 진정한 수행과 신앙의 도량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불암사 뒤편 암벽에는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마애삼존불이 조각되어 있다. 이 불상은 바위에 직접 조각된 삼존불로 주변의 울창한 산세와 조화를 이루며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불암사를 찾는 이들은 이 삼존불 앞에서 묵상하며 내면을 정화시키는 시간을 갖는다.

 

불암사는 오랜 역사와 신앙의 공간이지만 그 문은 언제나 현대인들에게 열려 있다. 도심에서 불과 한 시간 거리에 자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찰 경내에 들어서면 마치 다른 세상에 발을 들인 듯한 고요함이 감돈다. 주말마다 열리는 정기법회, 신도들의 기도 정진, 수험생과 가족을 위한 특별 기도회 등 다양한 불교 행사는 지역 주민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된다.

 

 

특히 인근에 위치한 산들소리 수목원과 연계하여 자연과 함께 힐링할 수 있는 여정은 불암사 여행의 또 다른 묘미다. 2002년 개원한 산들소리는 4만여 평의 부지에 1,2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야생화정원, 허브정원 등 15개 테마정원과 숲 치유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불암사에서 정신적 치유를, 산들소리에서 자연 속 몸의 치유를 경험하며 완성되는 ‘남양주 힐링 여행’은 도시에서 지친 이들에게 큰 선물이다.

 

부처의 모습을 닮은 불암산 아래 진신사리를 품은 이 신성한 사찰은 오늘도 고요히 중생을 품는다. 하루쯤은 이곳에 발을 들여 시간과 마음을 내려놓고 부처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프로필 사진
김시창 기자

타임즈 대표 김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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