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임즈 - 김시창 기자 ]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이전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상일 용인시장이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나라를 망치는 일이라고 직격했다. 이미 대규모 투자가 확정되고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인 국가 핵심 산업 프로젝트를 정치적 논란으로 흔드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이 시장은 31일 용인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더 이상 종이 위의 계획이 아니다”며 “약 1천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미 확정됐고 보상·인허가·기반시설 구축이 동시에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전을 거론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시장은 이번 논란의 배경에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일부 정치권의 발언이 국가 전략 산업을 불안에 빠뜨리고 있다”며 “표를 얻기 위한 술수로 국가의 미래를 담보로 삼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향해서도 “경기도의 핵심 산업이 정치적 혼란에 휘말려 시민과 기업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왜 분명한 입장을 내지 않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 시장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속도와 집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에서는 시간이 곧 보조금”이라며 “적기 구축과 적기 가동이 경쟁력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중국·대만·일본·유럽 등 주요국이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미 정상 궤도에 오른 국가 핵심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은 스스로 경쟁에서 이탈하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용인의 입지적 강점도 재차 부각했다. 이 시장은 “용인은 기흥·화성·평택의 삼성전자, 이천의 SK하이닉스, 성남 판교의 팹리스 기업군을 잇는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며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고급 인력, 초정밀 인프라가 촘촘히 연결되는 집적 효과를 전국에서 가장 크게 낼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차질이 생기면 인근 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반도체 생태계 전체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사업 진행 상황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시장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첫 번째 생산라인은 내년 3월 완공돼 5월 시범 가동을 앞두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가 입주할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역시 토지 보상 협의가 시작되는 등 행정 절차가 본격화됐다.
이 시장은 “이 시점에서 이전을 거론하는 것은 기업의 투자 결정을 흔들고 국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와 라디오 발언에서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도 고민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여권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 전북 새만금 등 다른 지역 이전론이 제기되며 갈등이 확산됐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새만금 등 다른 지역은 그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산업과 투자를 고민하는 것이 옳다”며 “이미 확정된 국가 전략 사업을 옮기는 방식으로 지역 균형발전을 논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접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시장은 끝으로 중앙정부를 향해 분명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이 시장은 “행정의 신뢰를 위해 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명확한 메시지를 내 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용인시는 반도체 산업 발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국가산단과 클러스터 조성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