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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코로나 생이별 요양시설의 특별한 면회공간 '가족의 거실'

선별진료소 검체 채취 방역글러브 설치해 안전한 방식으로 손잡고 대화도 가능

 

타임즈 김시창 대표 기자 | 서울특별시가 요양시설에 부모님을 모시고 코로나 생이별을 겪고 있는 가족들을 위한 비대면 면회 전용공간인 ‘가족의 거실’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사회문제해결 디자인’을 통해서다.


#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요양시설에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가족들은 생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작년 2월부터 어르신과 기저질환자가 많은 요양시설의 대면면회가 금지‧제한되면서 가족과 1년 넘게 만나지 못하고 있다. 인지능력이 약해진 어르신들은 코로나 상황을 이해하지 못 해 자식들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현재 서울시내 총 515개소의 어르신 의료복지시설 이용자는 약 16,000명. 가족까지 포함하면 약 6만여 명의 서울시민이 '코로나 이산가족'이 됐다.


# 요양시설 비대면 면회는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유리나 비닐 벽을 사이에 두고 마이크로 대화해야 하는 만남은 여전히 낯설다. 마이크 등 인프라도 열악하다. 청력이 좋지 않은 어르신은 가족들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다. 10분 남짓 주어진 면회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방역지침상 접촉이 불가능해 가족들은 그리운 부모님을 눈앞에 두고도 손 한 번 잡지 못하고 헤어져야 한다.


‘가족의 거실’은 삭막하고 인위적인 면회실이 아닌, 우리 집 거실처럼 아늑하고 따뜻한 곳에서 면회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다. 코로나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거실인 셈. 시는 이런 의미를 담아 ‘가족의 거실’이라고 이름 지었다. 약 15㎡(4.5평) 면적의 이동식 목조주택으로 만들어 요양시설 외부의 적절한 장소에 설치할 수 있다.


기존 면회실에선 허용되지 않았던 가족과 손을 맞잡고 하는 대화도 가능하다. 선별진료소 검체 채취에 사용되는 방역 글러브를 설치했다. ‘가족의 거실’을 통해 처음으로 시도되는 비접촉 면회 방식이다.


어르신의 작은 목소리도 선명하게 잡아내는 ‘최첨단 음향시스템’도 설치했다. 청력이 약한 어르신도 유리창 너머 가족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 대형 디스플레이도 설치, 가족의 스마트폰과 연결(미러링)해 사진과 영상을 함께 볼 수 있고, 해외에 살거나 면회 인원제한 때문에 미처 오지 못한 다른 가족들과 영상통화도 할 수 있다. 면회 막바지엔 가족들과 사진 한 장의 추억도 남길 수 있다.


서울시는 이렇게 개발한 ‘가족의 거실’을 시립노인요양시설인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에 시범설치하고, 5월 첫째 주부터 상시 운영한다.


시는 이번에 개발한 디자인 매뉴얼을 오픈소스로 무상 개방한다. 요양시설뿐 아니라 노인·장애인 이용시설 같이 대면면회가 제한된 다양한 시설에서 ‘가족의 거실’을 도입·설치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에서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요양시설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면회가 제한·금지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요양시설에서는 집단감염 발생 등을 우려해 자체적으로 면회를 금지·제한해오고 있다.


현재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비대면 면회는 건물의 유리 출입문이나 투명비닐 칸막이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사전예약을 통해 정해진 날짜(주말 등)에 어르신과 가족 2명 이내로 최소인원으로 만나 약 10분 간 진행하고 있다.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는 센터에 있는 유리출입문(3개)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방식으로 비대면 면회를 추진했다. 작년 11월 이후로 코로나19 상황이 심화되면서 더 이상 면회가 진행되지 않았다.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에 설치된 ‘가족의 거실’ 내부는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휠체어와 이동형 침상 모두 이동·배치 가능하도록 넉넉하다. 어르신 가정에서 볼법한 추억의 뻐꾸기시계와 달력, 소파 등으로 채워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요양센터 어르신의 90%는 휠체어를 사용한다. 나머지 10%는 거동이 불편해 주로 침대에서만 생활할 수밖에 없는 와상 어르신이다.


이동부터 면회까지 감염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계했다. 어르신은 센터와 연결되는 전용 통로로 바로 들어올 수 있고, 면회 가족은 외부 전용 출입문으로 들어온다. 면회공간은 유리창으로 완벽하게 분리돼 있어 감염 우려가 없다.


방역기준도 철저하게 준수했다. 환기 가능한 공조시스템을 갖췄고, 내부 자재와 집기류는 소독이 용이한 품목들로 구성했다. 면회가 끝날 때마다 환기·소독한다. 가족과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역 글러브(라텍스)는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한 후 접촉한다. 방역 글러브는 매 면회 시 소독하며, 1개월 주기로 교체한다.


한양대학교 병원건축연구실의 자문을 거쳐 방역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응급상황 발생 시 관리자와 즉시 연락할 수 있는 비상벨도 설치됐다.


한국의료복지건축회장을 맡고 있는 양내원 교수는 “이 공간은 코로나 시대에 요양원과 같은 공공시설이 생각해 봐야 할 '따뜻한 돌봄의 공간'의 좋은 예시”라며 “어르신을 위한 공간을 설계할 때 안전과 기능도 중요하지만 정작 놓치기 쉬운 것은 어르신들이 일상에서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배려”라고 강조했다.


가족 간 원활한 소통에도 주안점을 뒀다. 기존에 마이크를 이용한 대화시 소리가 울리는 하울링 현상 때문에 소통이 어려웠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양방향 고성능 음향시스템’을 설치했다. 어르신의 작은 목소리도 효율적으로 집음하고, 고사양 스피커로 고음‧저음도 선명하게 출력한다. 어르신들이 낯선 장치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마이크는 최소 크기의 핀마이크를 사용한다.


대형 화면도 설치했다.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휴대폰 속 사진과 영상을 함께 보고 영상통화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울 수도 있다. 유리면의 빛 반사로 인한 어지러움을 방지하고 화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암막커튼도 설치됐다. 면회가 끝나고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가족들을 위해 유리창 너머 가족과 어르신이 함께 사진을 찍고 무선으로 연결된 포토프린터로 두 장의 사진이 즉석 출력돼 한 장씩 사진을 나눠가지며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센터는 현재 면회인원을 2명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데, 면회가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멀리서나마 부모님의 얼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추가로 찾아오는 가족들이 많다고 전했다. 시는 이런 가족들이 ‘가족의 거실’에 들어오지는 못하더라도 영상통화로나마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는 ‘가족의 거실’ 도입과 함께 당초 주말에만 이뤄졌던 면회를 평일과 주말 모두 운영한다. 선착순 사전 예약제를 통해 신청을 받는다. 면회시간은 기존과 동일하게 10분이다.


오세훈 시장도 어버이날을 앞둔 6일 13시50분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 ‘가족의 거실’을 찾는다. 센터를 이용하는 민○○ 어르신(91세)과 비대면으로 면회하고, 어버이날 깜짝선물로 비대면 VR 여행을 선물한다. 오 시장과 어르신이 함께 VR기기를 쓰고 어르신이 평소 그리워하던 추억의 장소인 한강공원으로 여행을 떠난다.


평소 “탁 트인 한강에서 시원하게 바람을 쐬고 싶고, 여동생들과 시설입소 전 같이 본 불꽃놀이가 그립다”고 밝혀왔던 어르신의 소망을 구현한 것이다. 어르신의 인지상황을 고려해 세심하게 촬영되었다. VR 업체가 재능나눔으로 콘텐츠를 제작 지원했다.


VR콘텐츠를 재능나눔한 전우열 Venta VR 대표는 “바깥활동의 제약이 많은 요양시설 어르신들을 위한 가상체험 프로그램은 어르신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말했다.


오 시장과 어르신은 센터 내에 계신 어르신들과 영상통화하는 시간도 갖는다. 또, 오 시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고생하는 요양시설 관계자와 요양보호사를 격려하고, 어버이날을 맞아 마련된 버스킹 공연도 관람한다.


한편, 서울시와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는 ‘가족의 거실’ 정식 운영에 앞서 방역안전과 사용성을 최종 검증하기 위해 지난 4월 말 3명의 어르신 가족 대상으로 시범 면회를 추진했다.


참여 가족들은 외부인 출입자제 조치가 이뤄진 작년 1월 말 이후로 1년 2개월여 만에 방역글러브를 통해 손을 맞잡으며 대화를 나눴다. 미국에 살고 있는 아들과 영상통화를 하다 눈물을 짓기도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아쉽게 참석하지 못했던 손녀의 결혼식을 화면으로 함께 보고, 영상통화로 늦게나마 축하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우리 엄마 손 힘이 이렇게 셌어?” 박영순 어르신이 방역글로브로 힘차게 아들의 손을 잡아 가족들이 놀라기도 했다. 올해 99세인 김정례 어르신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 가족과 만났다. 청력이 약한 상황이라 면회객 스피커 볼륨을 키워 어르신이 더 잘 들을 수 있게 진행했다. 또 어르신은 자식들이 모아온 오래된 추억사진들을 보며 가족들 얼굴 맞추기 놀이에 대답하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국에 살고 있는 막내아들과의 영상통화에서는 결국 눈물지으며 면회가족들과 함께 직접 보지 못하는 그리움을 나눴다.


“현지야, 결혼 축하해. 행복해!” 이외분 어르신은 코로나로 인해 손녀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결혼 영상을 실감나게 면회가족과 함께 보며, 손주사위가 맘에 든다고 흐뭇해하셨다. 손녀와 영상통화를 하며 결혼축하 인사를 늦게나마 전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이동형 침대의 움직임이 고려된 공간설계로 편안하게 침상 위에서 아들과 딸의 손을 잡으며 유리창 너머로 마음을 나눴다.


시는 면회가족이 없는 어르신을 위해서도 ‘가족의 거실’을 여가‧취미활동 공간으로 시범운영했다.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 이용 어르신의 약 10%는 명절에도 면회객이 없다. 넉넉한 내부에 대형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혼자서 조용히 영화나 미술작품을 감상하거나 체조 같은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 1인실이 없는 요양센터에서 조용하게 기도하고 명상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가족의 거실’에는 그림책 '여든, 꽃'의 저자 김선순 어르신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김선순 어르신은 여든이 거의 다 되어서 책마을학교를 다니며 늦은 나이에 그림의 재능을 발견,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 ‘누구나 살면서 꽃을 피우지’라는 작가의 말처럼 어르신들의 희망의 꽃이 행복한 만남으로 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향후 면회공간 벽면을 활용해 갤러리처럼 어르신들의 작품을 전시 가능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코로나 장기화로 다양한 취약계층이 고통받고 있지만, 특히 요양시설 어르신과 가족들은 장기간 생이별하며 큰 아픔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 상황을 대비해 방역위생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일상 감정까지 섬세하게 배려한 사회문제해결 디자인을 개발했다. 시민의 일상을 따뜻한 눈높이로 들여다보는 선제적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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